매일 손에 쥐지만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색
문 앞에 도착한 택배상자를 받으며 우리는 생각합니다. 드디어 내 물건이 무사히 도착했구나! 하지만 그 박스를 유심히 본 적 있나요? 이상하리만치 모든 택배 상자가 갈색이라는 점을. 컬러풀한 디자인도, 로고도 있지만 기본은 늘 똑같은 무채색 갈색입니다. 왜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값’입니다.
택배 상자의 재료는 ‘골판지’인데, 이 골판지는 크라프트지라는 종이 원단으로 만들어집니다. 크라프트지는 나무 펄프에서 표백 과정을 생략하고 그대로 압축해 만든 종이입니다. 표백을 하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자연의 색, 즉 갈색이 되는 것이죠.
이 갈색 종이는 가공비가 적게 들고, 염색 공정이 없기 때문에 원가가 낮습니다. 하루 수십만 개 이상 돌아가는 물류 시스템에서 상자 하나당 10~20원의 차이는 치명적입니다. 그래서 가장 경제적인 색인 갈색이 선택된 것이죠.
두 번째 이유는 내구성과 환경입니다.
크라프트지는 표백하지 않았기에 섬유가 살아있고 내구성이 높습니다. 무거운 물건도 잘 버티며, 외부 습기에도 비교적 강합니다. 게다가 재활용이 쉽고, 탄소배출이 낮은 친환경 재질이라는 점도 현대 물류가 선호하는 조건입니다.
시각적으로도 갈색은 ‘안정’과 ‘신뢰’를 전달하는 색입니다. 단순히 검은색보다 덜 위협적이고, 하얀색보다 덜 부담스럽습니다.
사람이 매일 만나는 소비 채널로서 택배 상자는 ‘안심’의 색을 가져야 했고, 결국 갈색이 그 역할을 맡게 된 것입니다.
디자인적인 요소는 나중입니다. 브랜드 로고나 컬러 박싱은 결국 ‘인쇄’로 처리됩니다. 기본 갈색 위에 인쇄하는 방식은 비용을 줄이면서도 식별성을 높이는 최적의 방법입니다.
결국, 택배 상자가 갈색인 건 ‘무심함’이 아니라 ‘합리성’입니다. 가장 저렴하고, 가장 튼튼하고, 가장 많이 재활용되고, 가장 빠르게 만들어지는 색. 우리가 매일 만나는 그 갈색은, 값싼 선택이 아니라 가장 똑똑한 선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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