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택배 상자는 대부분 갈색일까?…흔히 볼 수 있는 상자 색의 숨겨진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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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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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손에 쥐지만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색


▲ 매번 쉽게 볼수있는 택배상자, 게티이미지뱅크

문 앞에 도착한 택배상자를 받으며 우리는 생각합니다. 드디어 내 물건이 무사히 도착했구나! 하지만 그 박스를 유심히 본 적 있나요? 이상하리만치 모든 택배 상자가 갈색이라는 점을. 컬러풀한 디자인도, 로고도 있지만 기본은 늘 똑같은 무채색 갈색입니다. 왜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입니다.

▲ 기업 입장에선 제작 단위가 많기에 단가에 예민할 수 밖에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택배 상자의 재료는 ‘골판지’인데, 이 골판지는 크라프트지라는 종이 원단으로 만들어집니다. 크라프트지는 나무 펄프에서 표백 과정을 생략하고 그대로 압축해 만든 종이입니다. 표백을 하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자연의 색, 즉 갈색이 되는 것이죠.

갈색 종이는 가공비가 적게 들고, 염색 공정이 없기 때문에 원가가 낮습니다. 하루 수십만 개 이상 돌아가는 물류 시스템에서 상자 하나당 10~20원의 차이는 치명적입니다. 그래서 가장 경제적인 색인 갈색이 선택된 것이죠.

▲ 제작 방식에 따라 튼튼한 내구성을 지닌다, 게티이미지뱅크

두 번째 이유는 내구성과 환경입니다.

크라프트지는 표백하지 않았기에 섬유가 살아있고 내구성이 높습니다. 무거운 물건도 잘 버티며, 외부 습기에도 비교적 강합니다. 게다가 재활용이 쉽고, 탄소배출이 낮은 친환경 재질이라는 점도 현대 물류가 선호하는 조건입니다.

▲ 갈색이 주는 안정감을 예시로 든 인테리어, 게티이미지뱅크

시각적으로도 갈색은 ‘안정’과 ‘신뢰’를 전달하는 색입니다. 단순히 검은색보다 덜 위협적이고, 하얀색보다 덜 부담스럽습니다.

사람이 매일 만나는 소비 채널로서 택배 상자는 ‘안심’의 색을 가져야 했고, 결국 갈색이 그 역할을 맡게 된 것입니다.

▲ 별거 아닌 로고 인쇄도 수천 수만장을 찍어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기본박스를 선호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디자인적인 요소나중입니다. 브랜드 로고나 컬러 박싱은 결국 ‘인쇄’로 처리됩니다. 기본 갈색 위에 인쇄하는 방식은 비용을 줄이면서도 식별성을 높이는 최적의 방법입니다.

결국, 택배 상자가 갈색인 건 ‘무심함’이 아니라 ‘합리성’입니다. 가장 저렴하고, 가장 튼튼하고, 가장 많이 재활용되고, 가장 빠르게 만들어지는 색. 우리가 매일 만나는 그 갈색은, 값싼 선택이 아니라 가장 똑똑한 선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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