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견도 치매 겪는다”…나이 들수록 인지력 떨어지는 이유는 사람의 뇌 구조와 같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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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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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인자’ 라는 공통 지능 요소 밝혀져
문제 해결 잘하는 개일수록 학습 능력도 뛰어남


▲ 잠을 자는 리트리버 노견, 게티이미지뱅크

혹시 예전엔 똑똑하고 활발하던 반려견이, 요즘 들어 자꾸 혼란스러운 행동을 보이거나 호기심이 줄어들었다고 느끼신 적 있나요? 단순한 노화가 아니라, 사람처럼 인지기능 저하가 나타나고 있을 수 있습니다.

동물 중에서도 지능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개는, 나이가 들면 사람처럼 치매 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는 단순한 관찰이 아닌 뇌 구조와 기능에서 인간과의 유사성 때문이라는 과학적 근거가 밝혀졌습니다.

▲ 잠을 자는 비글 노견, 게티이미지뱅크

노화 전문 학술지 《게로사이언스》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사람의 인지능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g 인자’가 개에게도 존재하며, 개와 인간은 인지 구조에서 매우 비슷한 계층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습니다.

g 인자‘란 한 가지 인지 작업을 잘 수행하는 사람이 다른 작업도 잘 해내는 경향을 설명하는 지능 요소입니다. 연구진은 3세부터 15세까지의 개 129마리를 대상으로 2년 반 동안 7가지 인지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여기에는 문제 해결 능력, 단기 기억력, 학습 능력 등이 포함됐습니다.

▲ 본문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연구 결과 개들의 인지 구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습니다. 문제 해결 능력과 학습 능력. 두 능력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 하나가 뛰어난 개는 다른 능력도 함께 우수했습니다. 이는 더 상위 개념인 g 인자가 존재함을 뒷받침하는 결과입니다.

특히 g 인자 점수가 높은 개일수록 새로운 물체나 상황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고, 환경이 바뀌어도 더 잘 적응했습니다. 학습 속도도 빨랐고, 행동에 더 유연성이 있었습니다. 이는 사람의 일반 지능(g factor) 특성과 매우 유사했습니다.

▲ 바닷가에서 수영중인 리트리버, 게티이미지뱅크

흥미로운 건, g 인자 점수와 성격 특성의 관계였습니다. 설문조사를 통해 분석한 결과, 높은 점수를 받은 개는 활동성도 높고, 훈련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새로운 지시에도 잘 따랐습니다. 지능이 성격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점은 사람과 개 모두에게 동일하게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이 g 인자 점수는 서서히 감소했습니다. 특히 건강 상태가 나쁜 개일수록 점수가 빠르게 하락했으며, 건강한 개는 상대적으로 점수 하락 폭이 작았습니다. 결국 건강이 뇌의 노화 속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 강아지는 사람보다 짧은 인생을 삽니다. 옆에있을때 잘 대해주세요, 게티이미지뱅크

연구팀은 “개의 g 인자와 성격 특성 간의 관계는 개와 인간의 일반 지능 구조가 본질적으로 비슷함을 의미한다”며, “개는 인간의 노화와 치매를 연구하는 데 훌륭한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려견의 변화가 느껴진다면 단순한 노쇠함으로 넘기지 마세요. 기억력 저하, 반응성 감소, 학습 능력 저하는 사람에게도, 개에게도 뇌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자 가장 닮은 지능 구조를 가진 개. 그들의 노화도 이제는 과학적으로 들여다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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