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두루마리 설치 방향, 과학적 근거로 본 바깥쪽 권장 이유

by 이승준 건강 전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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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 비말이 벽면까지 확산된다

휴지
휴지 / 게티이미지뱅크

화장실 두루마리 설치 방향은 단순한 취향 문제가 아니라 위생과 관련이 있다. 변기 물을 내릴 때 발생하는 에어로졸이 주변 벽면과 물품을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콜로라도대 볼더캠퍼스 연구진은 변기 플러시 시 발생하는 에어로졸의 이동 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레이저 시각화 실험을 진행했다. 뚜껑 없는 상업용 변기 위에 초록색 레이저 시트를 설치하고 고속 카메라 2대로 물을 내리는 과정을 촬영했다.

실험 결과 에어로졸 플룸이 빠르게 상승해 변기 가장자리 위 약 1.3~1.5m 높이까지 도달하고 변기 뒤쪽 벽 방향으로 확산되는 것이 관찰됐다.

미세 입자는 1분 이상 공중 부유

휴지
휴지 / 게티이미지뱅크

크기가 큰 물방울은 짧은 시간 안에 바닥으로 떨어지지만, 지름 5마이크론 미만의 미세 입자는 공기 중에 오래 머문다. 콜로라도대 실험에서 플러시 후 수십 초에서 1분 이상 증가된 농도가 측정됐다.

이 미세 입자들은 공중에 떠다니며 벽면·손잡이·세면대 등 주변 표면에 침착된다. 변기와 가까운 위치일수록 오염 가능성이 커진다.

유한킴벌리와 국민대가 공동 수행한 ‘화장실 변기 물 내림에 의한 비산 물질의 오염 특성’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변기 커버를 올린 상태에서 직수형 변기의 물을 내릴 때 비말이 최대 약 90cm 이상 높이까지 튀어 올랐고, 한 번 발생한 비말이 약 1분간 공중에 머무는 것으로 관찰됐다.

에어로졸에 포함된 미생물

변기
변기 / 게티이미지뱅크

변기 플러시 시 발생하는 에어로졸에는 대변·소변 유래 미생물이 포함될 수 있다. 대장균, 기타 장내세균, 일부 바이러스 등 병원성 또는 기회감염성 미생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여러 공중위생 문헌에서 보고됐다.

에어로졸과 비말은 변기 내부에 남아 있던 오염물질을 실내 공기로 재비산시킨다. 변기 주변 바닥·벽면·손잡이·세면대 등의 표면에 침착되어 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

유한킴벌리와 국민대 연구에서도 변기 주변부뿐 아니라 인접한 벽면, 주변 설비, 두루마리 휴지 등이 에어로졸·비산 물질에 노출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벽면 접촉 가능성과 설치 방향

휴지
휴지 / 게티이미지뱅크

변기 근처 벽면은 플러시 시 발생한 비말과 에어로졸이 도달할 수 있는 영역에 포함된다. 특히 변기와 가까운 위치의 표면일수록 오염 가능성이 커진다.

두루마리 휴지가 변기와 가까운 벽면에 밀착된 상태로 설치된 경우, 벽면에 침착한 오염물질과 휴지 겉면이 접촉할 가능성이 생긴다. 휴지를 안쪽(벽 쪽)으로 풀리게 걸면 사용 중 벽면과 접촉 확률이 높아진다.

반대로 휴지를 바깥쪽으로 풀리게 걸면 벽과의 물리적 거리를 유지할 수 있다. 휴지의 사용 부분이 벽과 직접 맞닿지 않는 방향으로 걸려 있을수록 벽면 오염과의 직접 접촉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통계적 검증은 없지만 합리적 추론

휴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사진

다만 현재까지 공개된 연구에서 “두루마리 휴지를 벽 쪽으로 걸었을 때 미생물 오염도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달라진다”는 정량적 데이터는 제시되지 않았다. 바깥쪽 설치가 더 위생적이라는 주장은 에어로졸 확산 연구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 추론 수준이다.

콜로라도대 레이저 실험은 새 상업용 변기에 수돗물만 채운 조건에서 수행됐다. 실제 화장실처럼 변기 안에 대변·휴지 등이 함께 있는 상황에서는 에어로졸의 생성량·입자 크기 분포·이동 경로가 일부 달라질 수 있다.

해당 실험은 칸막이가 없는 환기된 실험실 조건에서 진행됐으므로, 실제 공중화장실의 구조, 환기 상태, 사람 왕래 등에 따라 에어로졸 농도와 체류 시간은 달라질 수 있다.

변기 뚜껑 닫기가 1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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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사진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를 포함한 여러 공공기관은 변기 물을 내리기 전에 변기 뚜껑을 닫아 에어로졸 발생과 비산 범위를 줄일 것을 권장한다. 뚜껑을 닫으면 에어로졸의 상승과 확산을 물리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변기 주변에 두는 물건은 변기와 직접 가까운 위치나 비말이 닿기 쉬운 방향을 피하는 것이 위생 관리 측면에서 권장된다. 두루마리 휴지뿐 아니라 칫솔, 수건 등도 마찬가지다.

화장실 두루마리 설치 방향은 벽면 오염물질과의 접촉 가능성을 고려할 때 바깥쪽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변기 뚜껑을 닫고 물을 내리며, 휴지와 변기 사이 거리를 확보하는 것이 에어로졸 노출을 줄이는 핵심 원칙이다.

관련 연구논문 주소 :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22-246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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